오시이감독 특유의 비주얼적인 부분에서의 강렬함과 미래와 과거가 혼합된 듯한 배경묘사의 퍼레이드 등이 마음에 들고 내용도 그럭저럭 수긍할 만하지만 이미 80년대 사이버펑크에서 지겹게 다룬 것을 마치 새것인양 포장한 부분에서 반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평론가들이 이미 교통정리가 끝난 사이버펑크의 사고실험을 처음접한 사람답게 동어반복적인 철학얘기를 지껄이는 꼴이 더해져서 SF팬덤외의 사람과 이 영화를 얘기할때 답답함에 치를 떨어야 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러한 답답함은 공각기동대의 영향을 받은 매트릭스에 대해서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시각적 쾌감을 만끽할 수 있는 잘만든 액션영화임에 분명하지만 역시나 호접몽적인 철학적 어쩌고로 빠져드는 평론가들에겐 80년대 열풍이 불었던 사이버펑크관련 서적을 한권 권하며 좀더 독서하셈. 이라고 말해주고푼 충동이 일어났었다.1
속편인 이번 이노센스는 이미 철학적인 내용이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기 때문에 평론가들에게 앞서 말한 내용을 또다시 들을 필요가 없어졌다는 점에서 영화와 주변부에서 오는 반감을 다행이도 덜 느끼게 되었다. 오히려 몇몇 평론가들이 전혀 새로운것이 없는 내용이라든가 전편과 달리 철학적인 척만한다는 말을 듣는 경우가 많아졌다. (전편도 마찬가지였어! 라고 말해주고 싶다는 반감은 들지만)
오시이감독의 영화 답게 비주얼은 압도적이었다. 컴퓨터그래픽의 세련된 사용과 차이니즈고딕의 현란한 색상으로 마치 다이아몬드시대에서 보여준 이미지의 홍수를 실물로 보는 느낌을 줘서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또한 패트레이버 극장판에서 나왔던 대사 "전투는 가능한 피하라고 했잖아!"/"그러니까 피했잖아 가능한한!" 이 "발포는 가능한 피한다고 했잖아!"/"그러니까 가능한 피했잖아!"로 변형이 되어 나와서 오시이 감독의 작품을 봐왔던 사람에게 살짝 미소짓게 하는 배려도 하고 있다.
스토리는 전편처럼 굉장히 단순하다. 그 사이사이 인물들이 다양한 레퍼런스를 인용한 대화로 철학적인 척하는 것도 여전하다. 그러나 뉴로맨서의 후속작인 카운트제로와 모나리자오버드라이브에서 윈터뮤트와 합쳐진 뉴로멘서가 네트웍자체가 된후 어떻게 되었는지 알게되는 재미처럼, AI와 합쳐져서 네트속으로 들어간 쿠사나기 소령의 후일담과 멀더와 스칼리사이의 관계같았던 바토와 소령 사이가 어떻게 변하게 되었는지 좇아가는 재미를 선사해 주고 있다. 개인적으로 소령에 대한 과거의 추억과 언제나 곁에 있다는 실감속에서 바토가 느끼는 감정을 상상하는 것이 이 영화를 감상하는 포인트였다.
전작 공각기동대에서 충격이 없었던 사람은 비슷한 정도의 평가를 할 괜찮은 영화이지만 그 당시 그것이 정말 충격적이었던 사람에겐 별로인 영화가 될것이다. -- Nyxity 2004-9-30 16:08
P.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