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가 사고에 미치는 영향. 특히 시간을 선형적으로 느끼는 것이 아니라 동시성으로 인식하는 사고가 주는 경험을 어떻게 영상화할 것인가 호기심을 가지고 영화를 봤다.
영화는 소설이 단 몇 줄에 표현한 사건을 굉장히 자세하게 전후 과정을 채우면서 진행되었다. 문장으로는 잔잔하고 담담했던 사건이 영상과 음악이 어우러지면서 강한 감정으로 바뀌었다. 특히 영화 시작시 딸의 죽음 장면은 바로 감정 몰입이 되었다.
후반 선형적이지 않게 동시성으로 시간을 인식하는 것에 대한 표현은 영화라는 매체와 서사적인 표현이라는 한계로 결국 그조차도 선형적으로 표현하고 있어서 소설에서 느꼈던 ScenceOfWonder 를 제대로 느끼지 못했다. 갈등 해소의 장치로 그 경이감이 축소된 느낌이다.
마지막 에이미 아담스가 제레니 레너를 포옹하는 장면이 좋았다. 흔한 헐리우드식 해피 엔딩이라면 키스를 했을 텐데, 결말을 안 상태에서 시작하는 관계가 주는 감정을 잘 표현한 것 같았다.
모차르트는 머릿속에서 곡이 완성된 상태로 떠올랐다고 한다. 그래서 머릿속에서 작곡된 곡을 적어 내려가기만 하면 되었다고 한다. 음악은 선형적인 시간의 흐름을 통한 예술의 표현인데, 그는 이를 선형적인 것이 아닌 동시성으로 한 번에 착상할 수 있었다. 어쩌면 가장 소설에서 표현했던 사고를 잘한 인물이 아니었을까.
만족스러운 영화였다. -- Nyxity 2017-2-13 1:23 pm
SF 문학은 은근히 영화로 옮겨지기 어려운 부분을 많이 갖고 있고, 테드 창의 [네 인생의 이야기]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도 이렇게 멀끔한 영화로 만들어졌으니 그 자체만으로도 신기하죠.
원작을 읽은 독자들은 빌뇌브의 영화가 타협처럼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원작이 갖고 있는 언어학, 물리학, 과학철학의 모험은 이 영화에서 어쩔 수 없이 간소화됩니다. 사실 뒤의 두 개는 거의 없어진 것이나 마찬가지죠. 대신 외계인 방문으로 충격받은 인류의 묘사나 의사소통 중 일어난 오해 때문에 일어난 전쟁 위기 같은 것들이 들어가는데, 이것들은 테드 창이 처음부터 뻔하다고 옆으로 치워버린 것이니 원작의 팬들은 따분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제대로 된 영화화가 거의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원작을 갖고 작업한 작품이라는 걸 생각하면 각색의 성취도 역시 상당합니다.
전반적으로 언어학을 과학의 한 분야로 그려낸 <컨택트>에 대한 언어학자들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다만, 영화 속 루이즈가 사는 호숫가 저택에 대해 ‘그만한 장소에 살 수 있을 만큼 넉넉하게 버는 언어학자는 드물다’는 씁쓸한 멘트도 있었다.
<컨택트>는 마야 언어와 퀘벡의 미그맥(Migmaq) 언어를 연구했던 언어학자 제시카 쿤(Jessica Coon)의 도움을 받았다. 제작진은 루이즈의 연구실을 사실적으로 연출하기 위해 쿤의 맥길 대학 연구실에 찾아가 수십 장의 사진을 찍고 책장을 통째로 빌리는 등 민폐 아닌 민폐를 끼쳤다. 심지어 그녀가 현장에서 사용하는 가방이 무엇인지 조사할 정도로 집요했다고. 쿤이 제작진이 보낸 외계인 문자 로고그램을 보고 연구한 필기본이 루이즈의 연구 노트로 작품에 등장하기도 했다. 또한, 언어학자 루이즈를 연기한 에이미 아담스는 제시카 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언어학자의 삶을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었다.
< 씨네필은 아니지만 > 컨택트 편에서, 진행자 분들께서 왜 외계인 이름이 '애봇과 코스텔로'일까? 하는 궁금증을 가지고 계시던데, 40년대 미국의 유명한 만담 듀오의 이름이라고 합니다. 지금까지도 유명한 "1루수가 누구야?" 코메디의 주인공들.
— 공냥당원 고고내 (@therewAsnoT) February 13, 2017
첫째로 영화에는 페르마의 변분 원리에 대한 설명이 없다.변분원리에 대한 철학적 의문이 작가가 소설을 쓰게된 계기이기도 하고 작품 내에서 물리학자 이안(소설에서 이름은 게리)의 활약을 보여주는 장치이기도 함
하지만 동시적인 사고관을 가진 헵타포드는 변분원리를 아주 기본적인 것으로 간주함반면 인간들이 정말 기본적인 것으로 여기는 '속도'같은 물리학은 헵타포드 언어로 매우 복잡하게 기술된다
왜냐하면 속도같은 것은 과거 현재 미래를 순차적으로 인지할 때 쉽게 이해가 되는 거니까
이러한 발견을 통해서 주인공은 헵타포드 언어에는 어순이 존재하지 않는것, 헵타포드가 마치 문장전체가 어떻게 기술될지를 미리 알고있는 것 같다는 것에 대한 의문의 실마리를 찾게됨
그리고 헵타포드의 언어를 완전히 체득하면서 사고방식 또한 헵타포드처럼 하게되지
소설엔 없는 중국 장성과 통화하는 씬은 마치 주인공이 과거와 현재를 순차적으로 왔다갔다 하는것처럼 연출되었고 주인공은 매우 다급해보였음근데 소설에서 헵타포드의 사고방식을 갖는건 단지 예언가가 되는게 아님
의식은 현재에 머물러 있지만 기억은 헵타포드 언어를 체득한 전 생애에 걸쳐 뻗어있다는 거지
즉 주인공은 자신이 헵타포드 언어를 배우고 나서부터 죽기까지 50년의 고정된 기억을 인식하고 그걸 그대로 수행해야만 한다는 걸 깨달음
미래의 일을 과거의 기억과 동등하게 인식한다면 그렇게 다급할 이유가 없다...
또한 소설 내용을 아는 입장에서는 이 영화가 관객들이 원하는 흥행요소(외계인이 지구에 온 이유를 꼭 알아야한다던가 주인공이 영웅적인 업적을 달성한다던가 하는거)를 어거지로 끼워 넣은 게 너무 빤히보였다
원작에 충실한 영화를 만든다면 각각의 페이지 안에 극도로 압축된 이론들을 읊느라 정신이 없을 것이다.
특히 마지막 것은 인과율의 파괴를 스토리 진행의 편의를 위해 써먹고 있기 때문에 원작의 순수성이 가장 확실하게 깨지는 부분이라 하겠다.
그러는 동안 원작의 많은 부분이 날아가긴 하지만(물리학이 가볍게 다루어지고 페르마의 원리가 언급되지 않는 건 여전히 아쉽다) 원작의 재료로 만들어진 이 영화 속의 이야기는 그 자체로 아름답다.다시 생각해보니 테드 창은 생각보다는 각색되기 쉬운 작가인지도 모르겠다. 그는 스토리텔러라기보다는 세계의 창조자다. [네 인생의 이야기]가 쌓아놓은 세계에서 [컨택트]가 그렇게 융통성 있게 움직일 수 있었던 것도 그 세계의 힘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