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랜만, 친구를 만났던 어느 날 저녁.
차 한 잔을 사이에 두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
제법 늦어서야 집에 돌아왔다.
아직까지 작업실에 붙박혀 있을 아내가 기뻐할 모습을 떠올리며
모처럼 마중을 나가려 차로 향했다.
없었다.
우습게도 이런 혼란스런 상황을 정리하느라
난 잠시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분명 내가 사용하는 거주자우선주차 자리인데.
곁의 담벼락에는 흉한 노란색의 반갑지 않은 견인 딱지가 붙어있었다.
애써 덤덤하게 견인차고에 가서 차를 찾았다.
다행히 아직 710번 버스는 끊기기 전이었고,
아내도 태워올 수 있었다.
아마도
두 번인가 차에 붙어있던 경고장,
'4사 분기 영수증으로 교체하라는'
그걸 붙였을 20대 초반의 공익요원이
그 알량한 권력으로 '본때'를 보인 것일 게다.
그렇게 자신의 힘을 휘두르는
그가 가여워서 슬펐다.
그가 공익 생활을 시작하기도 전이었을
3년여 전부터 이곳에 주차를 해왔던 고객을
그는 고작 이런 식으로 대접했다.
자리의 원사용자인 내가 아무런 불편을 호소하지 않았음에도
그는 핸드폰으로 견인을 굳이 신고했고
난 귀한 시간을 비생산적으로 보내야 했다.
그의 일상의 분노를 떠올리며
난 한국의 군대를 떠올렸고
한국의 사회 조직을 떠올려야 했다.
그래서 슬펐다.